21세에 ‘게임 이론’의 수학적 기초 정립한
'내시균형[Nash equilibrium]'
때로 천재와 광인은 백지 한 장 차이다. 시대를 앞서나간 뛰어난 천재를 당대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할 때 천재는 미치광이로 몰린다. 이런 ‘사회적 몰이해’가 만들어낸 경우뿐 아니라 뛰어난 천재성이 진짜 정신병으로 발현해 고통을 겪은 천재도 많다. ‘게임이론의 대가’이며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수학자 존 포브스 내시가 그런 인물이다. 그는 비범한 수학적 재능과 정신분열증이 가져다준 고통 사이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했다.
존 내시는 프린스턴대학 박사과정 재학 당시 쓴 27쪽짜리 논문으로 학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현대 경제학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게임이론의 수학적 기초를 정립하는 논문으로 계량경제학, 대수기하학, 비선형 동역학 등 다양한 분야에 중요한 업적을 남긴 것으로 평가받는다. 당시 그의 나이는 겨우 스물한 살. 그는 스물한 살의 나이에 이미 ‘20세기 후반 가장 주목할 만한 수학자’가 되었다.
그는 사회적 행동이 게임으로 분석될 수 있다는 존 폰 노이만의 게임이론을 발전시켜 상호이익의 가능성이 있는 게임이론에 관심을 가졌다. 모든 행위자가 저마다 경쟁자의 전략에 최선의 대응을 할 때 모두에게 우월한 전략의 쌍을 찾을 수 있음을 증명했다. 서로에게 ‘윈윈’하는 이러한 선택을 ‘내시 균형’이라 일컫는다.
그러나 그의 정신은 정작 균형을 잃고 있었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정교수가 되기 직전인 서른 살 무렵, 그는 갑자기 정신분열증이라는 병마의 덫에 걸려든다.
그는 교수 휴게실에 ‘뉴욕타임스’를 들고 나타나 신문에 자기만이 해독할 수 있는 다른 은하계 거주자가 보낸 암호문이 실려 있다고 외치는가 하면, 프린스턴대학 구내를 배회하며 빈 강의실 칠판에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문자들을 적어놓곤 했다. MIT로부터 교수직 권고사직을 당한 내시는 이후 유럽과 미국을 떠돌다 프린스턴대학에서 교편을 잡지만, 오랫동안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망상과 현실 사이에서 홀로 고독한 싸움을 벌여야 했다.
1994년 노벨위원회는 고민 끝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내시를 선정한다. 오랜 기간 그를 괴롭혀온 정신분열증이 회복의 기미를 보이면서 그의 삶은 극적으로 정상 궤도로 귀환하게 된다. 내시의 삶은 국내에서도 개봉한 영화 <뷰티풀 마인드>로 잘 알려지게 됐다.
지금도 내시는 가끔 환청을 듣지만 무시한다. 항상 “이게 환상이야 진짜야”라고 자문한다는 그는 “지적 판단으로 환상을 거부하고 지나친 정치적 해석을 의식적으로 피했다”며 정신병 극복과정을 설명했다. 노벨상 상금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정신분열증을 앓았던 외아들과 아내 알리샤를 위해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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